항생제 중간에 끊어도 될까요?

항생제 복용 중인데 증상도 없고, 이제 끊어도 될까요?

“항생제 중단은 반드시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셔야 합니다”

와 같은 뻔한 이야기를 하려고 이번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위와 같은 질문이 진료 중 자주 나오기 때문에 궁금증을 해소하고, 적절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먼저 항생제가 하는 역할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 몸에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바이러스, 세균, 진균, 기생충 등이 있는데 바이러스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치료약(항바이러스제)이 있는 바이러스도 있지만, 대부분은 치료방법이 없고 특별한 문제 없이 자연 치유됩니다. 항생제는 세균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감기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고, 설사 등 부작용, 내성균 증식의 우려만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세균 감염에서는 꼭 항생제를 사용해야 할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항생제는 세균을 멸균(완전히 0으로 만드는 것)하는 것이 아니라 증식을 억제하고,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마무리는 우리 몸의 면역이 하고, 항생제는 이를 돕는 역할이라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따라서 면역이 잘만 작동한다면 상당수의 세균 감염도 항생제 없이 자연 치유가 됩니다. 다시 말하면 면역저하 상태에서는 가벼운 세균 감염도 항생제가 필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면역이 버거워하는 상태(증상도 심하고, 염증이 심하고, 점점 악화되는 등)라면 항생제가 필요합니다. 이제 같은 질환인데 아기한테 항생제를 더 오래 사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염에 대한 면역이 부족해서 입니다.

정해진 기간 항생제를 다 먹어야 할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Yes and No입니다. 전통적으로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항생제 복용은 질환별로 정해진 기간만큼 사용해야 한다(풀코스 완료)”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상황에서 임상적으로 호전되면, 항생제를 중단해도 재발하거나 항생제 내성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최근 견해가 있습니다.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환자가 증상이 좋아지면 병원에 더 이상 안 오거나, 자의로 항생제 중단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합니다.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경우도 꽤 많지만, 다시 악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이염을 예로 들어보면, 항생제 없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 항생제에 반응해서 좋아지는 시점에 항생제 끊어도 치료되는 경우도 있고, 끊었더니 악화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심하지 않은 중이염은 항생제 없이 2~3일 본 후 항생제 사용하기도 하고, 짧은 코스(5일)로 치료하기도 하고, 풀코스(10일 또는 완전히 좋아질 때까지)로 치료하기도 합니다. 경험이 많은 의사도 판단이 어려운데, 환자 스스로 판단하기는 더 어렵겠죠?